熒山私說/행복한 책읽기

바버라 스트로치,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Lovecontents 2012. 9. 22. 16:10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저자
바버라 스트로치 지음
출판사
해나무 | 2011-01-24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뇌는 나이 들면서 더 훌륭해진다!『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는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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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강의를 하다가 사람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당황할 때가 많다. “애들아, 그 사람 누구지? 00 영화 주인공 말이야?” 노상 물어봐야 강의가 진행된다. 책을 보면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창 때는 그 내용이 대강 책의 어느 위치쯤 있었는지도 생각났었는데. 아이를 태워주려고 차를 찾는데 어디다 세워두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지하주차장을 헤매다 지상에 세워 논 걸 새삼 떠올리곤 한숨을 내쉰다.

머리가 예전 같지 않다. 사십 줄을 넘어서니 증상이 심해진다. 담배를 끊은 지는 아주 오래고, 요샌 술도 잘 하지 않는데. 이러다 치매라도 일찍 올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마음은 젊은이인데, 이런 사실들이 중년이라는 걸 환기시켜 의기소침해진다. 나이는 못 속인다니까!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어느 잡지의 책 소개 코너에서 제목이 눈에 확 띄었다. 중년의 뇌가 가장 뛰어나다니? 상식을 뒤집는 주장이었다.

뉴욕타임즈 의학전문 기자인 스트로치가 최신 뇌 과학에 기대어 들려주는 얘기인즉슨, 중년이 되면 확실히 뇌가 낡기는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놀랄 필요 없다. 대신 중년의 뇌는 그 위기를 다른 방식으로 극복한다. 좌뇌의 기억력이 약해지는 것을 우뇌의 총체적 판단력으로 극복하고, 한쪽 뇌만 쓰던 것을 양쪽 뇌를 다 활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기억능력은 떨어져 가도 외려 총체적 판단력·공감하는 능력·감수성 등이 발달해, 갈수록 지혜로워진다. 시가 잘 써지고, 사안을 빠르면서도 총체적으로 파악해 해결하게 되고,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페이스북에 쓰는 글이 젊을 때보다 잘 나오는 것 같긴 하다. 별로 능력이 나아진 것 같지 않은데 밖에서 자꾸 책임을 맡기는 것도 같다. 더 너그러워지고 많은 일을 부드럽게 처리하는 느낌이다. 스토로치의 말처럼 나이 들어가는 게 매력적일 때도 많다.

책을 읽고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 강의 시간에 이름이 생각이 안 나도 덜 부끄럽다. 중년이라서 그런데 뭐. 대신 내 머리는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넓게 볼 수 있게 되었는데 뭐. 괜찮아. 이렇게 대범해질 수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건, 모든 중년의 뇌가 다 괜찮은 건 아니라는 사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음식을 조절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꽤 차이가 난다는 사실. 그러니 나이 들어가는 게 계속 매력적이려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생각을 하고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다. 자기를 비하하지 않고 중년을 가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중년, 그것 참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