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포 콜럼바인 (2003)
마이클 무어는 진심으로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는 매우 공격적으로 미국의 총기문화를 비판하는데
그 신랄한 비판이 낯선 타자에게 날리는 냉소적 주먹이 아니라,
어긋나가는 자식에게 회초리를 드는 부모의 눈물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끔찍한 총기사고의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의 언론이나 여론은 그 '진정한' 원인을 따져보려 하지 않는다.
마이클 무어는 스스로 탐구자가 되어 총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와 총기 사고의 빈발에 대한 원인을 찾아 나선다.
답은?
시민의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돌아가는 미국의 군산 복합적 산업시스템이다.
미국이 경쟁력을 가진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인 군비 분야를 유지하기 위해
시스템은 미국 시민들은 흑인에 대한 공포, 이웃에 대한 공포를 퍼뜨린다.
그 공포에서 자기를 지키기 위해 총이 필요하다고 선전하고
실제로 어디서든 총과 총알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총이 사회의 근본적 불안을 해소시켜줄 리 만무하다.
해소되지 않은 부익부 빈익빈의 문제, 인종 문제 등은 총기를 매개로 해서 폭발하곤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회의 불안지수를 낮추고, 공포를 제거하는 일이다.
실제로 이 다큐에서 비교되었듯이, 미국 못지 않게 총을 많이 휴대하는 캐나다에서는 총기사고가 극히 드물다.
사회적으로 유럽식 복지국가 시스템이라 사회의 불안지수가 낮고 공포심이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사람들은 심지어 현관문도 잠그지 않고 산다!
(이건 우리나라도 따라가지 못할 사회적 안정감 아닌가!)
왕따 중학생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기관총을 난사한 콜롬바인 사태를 중심으로
마이클 무어는 이런 문제들을 도발적으로 드러낸다.
그 거친 태도는 비판적 다큐라도 격식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좀 불편하게 할 것 같다.
프로파간다라고 비판 당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효과 만큼은 최고다.
말하고 싶은 것을 끝까지 밀어부치는 힘이 마이클 무어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리고 그 힘은 결국 그가 그만큼 미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 같다.
후속작인 <화씨 911>, <식코> 등도 이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을 개조하기 위한 들이대기!
그의 다큐 작품들이 매우 거친 어조를 띠고 있음에도
아카데미라는 공식적인 영화상을 수상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