熒山私說/행복한 책읽기

김삼웅, <장준하 평전>

Lovecontents 2013. 1. 28. 15:10

 


장준하 평전

저자
김삼웅 지음
출판사
시대의창 | 2012-09-1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장준하 평전』은 한국현대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장준하 선생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장준한 선생은 한신대학교 출신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일제 강점기 징병으로 끌려가다 일본군을 탈출한 의혈 청년.
탈출 동료들과 6000리를 걸어 임시정부를 찾아간 불굴의 민족주의 청년.
(6000리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서 세 번 왕복하는 거리지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이 되어 해방 전 국내침공을 시도했던 독립운동가.
해방 후에는 <사상계>라는 잡지를 통해 계몽운동을 전개하고
이승만 박정희 정부의 무능과 독재를 정면에서 비판하던 정의로운 지사.
유신독재가 극에 달해갈 때 모종의 결심을 하다 의문사한 의사.
무엇보다 그 힘든 시절 한 순간도 성경을 놓지 않았던 신앙인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이런 기록만큼이나 극적입니다. 
평전을 읽다보면 그 어떤 영화도 장준하 선생의 삶만큼 극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가령 이런 대목입니다. 

<이렇게 하여 장준하는 결혼 2주만에 일본군에 들어가 훈련을 마치고 중국으로 파견되었다. 면회 온 아내에게 탈출 계획을 알리고 편지의 마지막이 성경구절 ‘돌베개’로 되어 있으면 부대를 탈출한 것으로 알아달라고 귀뜸하였다.

이미 며칠 전 면회하러 왔던 아내에게 장차 취할 나의 행동에 대해서 암시를 준 일은 있었다. 중국에 가면 꼭 매주 주말마다 편지를 하마. 만약 그 편지의 끝이 성경구절로 되어 있으면 그것이 마지막 받는 편지로 알아도 좋을 것이다. 당신이 그 성경구절을 읽고 있을 땐 이미 나는 일군을 탈출하여 중국군 진영이나 또한 우리 ‘임정’의 어느 곳으로 들어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이 결심을 말했을 때 아내의 표정이 백지장 같이 변하던 그 모습은 그때 이후 오늘까지 반년이 넘도록 잊을 수가 없었다.

(중략)

벌써 며칠 전 나는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다른 때와 달리 짤막한 사연을 엽서 한 앞에 적고 그 끝에 로마서 9장 3절을 인용했다. 나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다”라는 구절이다. 가만히 엽서를 내 뺨에 비벼대었다. 나의 체온이 묻어나 나 살던 곳으로 전해질 것이라는 생각보다도, 내 감상이 이렇게 해서 위로될 수 있다는 무의식이 나를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설교를 들으며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는 교회당 앞줄 좌석에 앉아 숨을 모으고 있던 그 어린시절의 내 얌전한 모습 같이, 나는 마음이 가라 앉았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이런 생각이, 회오리바람처럼 나를 감싸서 하늘로 치켜 오르게 하는 듯 했다.>

장선생은 로마서를 인용하는 것으로 일제 학병을 탈출할 신호를 보내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이 부분을 읽으며 매우 감동받았습니다.
기독교장로회의 뿌리에 이런 분들이 버티고 계셨습니다. 
자랑스러운 전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시에 장선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해야 했던 현대사는 불행하기 그지 없습니다. 
민족의 힘, 한신대학교의 면면한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한번쯤 꼭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