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말미 나무말미 [명사] 장마 기간 중에 날이 잠깐 개어 풋나무를 말릴 만한 겨를. 비가 그렇게 올 때는 나무말미라도 있으면 좋겠더니만, 폭염이 시작되니 먼지잼이라고 왔으면 싶다. 날씨 때문에 몸이 자꾸만 처진다. 몸이 의욕을 따라가지 못하는 세월이다. 이런 저런 환경을 이겨낼 몸의 힘이 결국 제일 중.. 熒山私說/말과 삶 2011.07.20
애채 애채 [명사] 나무에 새로 돋은 가지. 봄에 만난 애채가 여름을 만나 제법 굵어진다. 나무건 사람이건 모두 애채를 키우는 존재. 아이들의 애채가 자라는 것을 보는 재미, 학생들의 애채가 튼실해지는 걸 만나는 재미, 중년의 나도 지지않고 애채를 만드는 재미. 그래서 시원한 그늘을 만드는 큰 나무들, .. 熒山私說/말과 삶 2011.07.05
마디다 마디다 [형용사] 쉽게 닳거나 없어지지 아니하다. 5월의 빛나는 햇살과 노래하는 꽃들 사이로, 우리의 근현대사에 드리워진 상처들은 마디다. 신화에서 얘기하듯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분노가 하나라면, 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의 고통이 함께 하는 우리의 5월이야말로 가장 신화적인 시간이 아닐 수 .. 熒山私說/말과 삶 2011.05.18
비그이 비그이 [명사] 비를 잠시 피하여 그치기를 기다리는 일. 무슨 봄비가 사흘을 내리다 이제야 긋는다.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우산을 미처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이 비그이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청춘은 항상 비바람을 뚫고 나가야 하는 시절. 교수란 사람이 그들의 비바람을 대신 뚫어줄 수는 없는 .. 熒山私說/말과 삶 2011.05.11
따지기 따지기 [명사] 얼었던 흙이 풀리려고 하는 초봄 무렵. 땅이 진 시기. 오랜 겨울이 지나면 언 땅이 녹아 질척거린다. 봄의 화사함을 맛보기 위해서는 진창을 견디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진창이 싫어 봄을 마다할 수는 없다. 질펀한 흙에서 생명이 움튼다. 熒山私說/말과 삶 2011.02.08
정짜 정짜 [명사] 물건을 꼭 사 가는 단골손님. 정짜를 진짜 반가워할 곳이 어딜까. 마트? 프렌차이즈 슈퍼? 대형 음식점? 내가 왔다가 가는 걸 알기나 할까? 아니지. 동네 가게, 재래 시장, 시골 장터, 건너편 밥집이겠지. 정짜 되기, 쉬운 나눔의 길. 熒山私說/말과 삶 2011.02.08
눈석임 눈석임 [명사] 쌓인 눈이 속으로 녹아 스러짐. 눈을 보며 생각한다. 눈이 녹을 때는 땅의 온기를 받아 속부터 녹아 스러져간다는 것을. 세월이 수상할수록 온기는 낮은 곳에서 시작된다. 땅의 사람들아, 그대들이 시대의 냉기를 녹여 스러뜨릴 봄이다. 熒山私說/말과 삶 2011.01.27
주럽 주럽 [명사] 피로하여 고단한 증세. 진보신문이 안 팔리는 이유는 비판 위주의 기사가 독자를 피곤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강준만 교수는 분석한다. 아무리 옳은 이야기라도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주럽이 나게 마련이다. 진보는 희망과 대안을 노래해야 한다. 熒山私說/말과 삶 2011.01.14
느루 느루 [부사] 한꺼번에 몰아치지 아니하고 오래도록. 자연은 본래 만사를 느루 행한다. 자연이 급박해지면 그것은 재해가 된다. 청와대의 신년 메시지가 '一氣呵成', '단숨에 해치우다'라니, 이 정부가 자연을 재해로 만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熒山私說/말과 삶 2011.01.07
우듬지 우듬지 [명사] 나무의 꼭대기 줄기. 겨울이 되어 잎이 떨어지고 나면, 숲 속 나무들의 우듬지가 선명히 보인다. 겨울같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보니 알겠다. 우리 삶을 푸르게 이끌었던 우듬지같은 어른들이 누구였던가를. 그들이 하나둘 부러져가는 슬픔을. 熒山私說/말과 삶 201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