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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문학자이자 대표적인 실천적 좌파 지식인인 테리 이글턴이
히친스나 도킨스 같은 자유주의 우파의 무신론을 비판하며
기독교 신앙의 가치를 역설한 책이다.
무엇보다 자유주의 우파는 과학과 문명이 무조건 아름다운 세상을 낳는다는
허위적 '진보'론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종교가 유일한 진보의 걸림돌인 것처럼 말하는 무신론자들이
실은 자유주의와 문명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놀라운 폭력과 억압에는 입 다물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그리고 기독교 신앙이 품고 있는 세상에 대한 헌신과 충성, 사랑의 가치에 대해 너무도 무지하다고 비판한다.
마치 유교 체제의 잘못을 가지고 공자가 나쁜 놈이라고 주장하는 단순한 유가 비판론자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여자의 노출된 젖가슴에는 호들갑을 떨지만 부자와 가난한 자들 사이의 끔찍한 불평등에는 무덤덤" 한,
부자가 못 되어 안달인 수많은 기복적 기독교인들과 종교를 바라보는 면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구원은 굶주린 사람의 배를 채워주고, 이민자들을 환영하며,
아픈 이들을 찾아가 돌보고, 부자들의 횡포로부터 가난한 사람과 고아와 미망인을 보호하는 문제"임을 명확히 한다.
신앙이란 하느님이 유일하다는 걸 믿는 것이기보다는 "충실한 헌신의 약속"이며
"발화와 동시에 그 말이 나타내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수행적 성격"을 띤다고 말한다.
하느님과 예수를 신뢰하고 구원을 위해 충실히 행동하는 것, 그것이 신앙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의 잔혹성과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세속적 좌파는 종교에서 배울 바"가 있다는 것이다.
테리 이글턴의 이런 주장은 스스로 말하길 "세속의 좌파들은 짜증을 내고 우파 종교인들은 분노" 할 입장이지만,
그래서 더 합리적이고 소중한 의견이라고 본다.
이 시대의 신앙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진정 궁금한 사람들의 일독을 권한다.
추신: <이성, 믿음, 그리고 혁명 reason, faith, and revolution>이라는 원제를
<신을 옹호하다>라는 괴상한 제목으로 바꾸어 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려 한 출판사를 매우 불쌍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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