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9혁명
책을 읽으며 내내,
재기 발랄하던 文靑 시절을 이야기하며 반짝거리던 석연 선배의 눈빛이 떠올랐다.
'혁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힘이
아주 오랜 문장 쓰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학교 다닐 때 근대사 깨나 읽었다는 사람도 사실
당대 역사의 결과 빛깔을 세세히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조금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살아있는 앎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다.
이 책, <4.19 혁명>을 읽으면서도 그런 점을 느꼈다.
내가 알고 있는 혁명은 다분히 피상적이고 표피적인 개념에 불과한 것이었구나, 하는 느낌.
석연 선배의 이 책은 혁명을 겪었던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
죽어간 학생, 기자, 간호사, 상점 주인, 권력자들, 야당 인사들의 시점을 빌어
혁명의 진면목을 입체적 현실로 빚어내고 있다.
다양한 혁명의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물려 가는 읽기의 재미가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나는 4.19 혁명을 살아있는 실체로 만날 수 있었다.
제주도 4.3평화박물관에 들러 제주도 분들의 해설을 들으며 제주 4.3의 실체를 체험할 때나
만화 <태일이>를 보면서 다시 전태일을 만날 때 느꼈던 바로 그 감정이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진실이 숨어있더란 말이다.
책은 순식간에 읽힌다.
그러나 중간중간에 생각할 문제들을 두었기 때문에, 생각을 갈무리하면서 읽어갈 수 있다.
10대들에게 4.19혁명의 실체와 의미를 전달하기에 매우 적합한 책이다.
청소년들을 위한 좋은 책이 늘 그렇듯, 바쁜 어른들이 읽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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